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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na Run Barefoot Through Your Hair - Christopher Owens 앨범리뷰

by PML 2024.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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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na Run Barefoot Through Your Hair - Christopher Owens 앨범커버

 

 

# 크리스토퍼 오웬스 - I Wanna Run Barefoot Through Your Hair
**레이블**: True Panther  
**발매일**: 2024년 10월 18일  
**평점**: 8.5/10

9년이라는 긴 침묵을 깨고 돌아온 크리스토퍼 오웬스의 신보는 부활과 정산이라는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전 걸스(Girls) 프론트맨이 이 앨범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길은 한 편의 비극과도 같았다. 오토바이 사고로 병상에 누워야 했고, 직장과 약혼자, 보금자리를 잃었으며, 심지어 캠퍼에서 키우던 고양이마저 도둑맞았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밴드 재결성을 꿈꾸던 중 전 걸스 멤버 '쳇 "JR" 화이트'가 불과 4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일이었다.

이러한 맥락은 'I Wanna Run Barefoot Through Your Hair'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 세심하게 다듬어진 이 앨범은 오웬스가 겪은 개인적 시련과 그로부터의 해방을 담아낸 여정의 기록이다. 50분 동안 펼쳐지는 10곡은 걸스의 유작 'Father, Son, Holy Ghost' 이후 가장 응집력 있고 정서적으로 설득력 넘치는 그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첫 트랙 <No Good>은 사이키델릭 팝, 미드웨스트 이모, 슬래커 록을 절묘하게 버무린 곡으로, 전 약혼자를 향한 거침없는 원망을 담고 있다. "꺼져버려, 영영 사라져"라는 직설적인 외침은 이 앨범이 가진 날것의 정서를 명확히 보여준다. 오웬스가 겪은 시련의 흔적은 그의 목소리에서 즉각적으로 감지된다. 한층 깊어지고 거칠어진 보컬은 마치 각각의 음표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 듯하다.

음악적 스펙트럼은 놀랍도록 다채롭다. 몽환적인 기타 팝을 중심축으로 삼되, 과감한 장르적 실험을 주저하지 않는다. <Beautiful Horses>와 <I Think About Heaven>은 반짝이는 기타 워크로 앨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특히 후자는 구약의 시편을 인용하며 천국에 대한 사색으로 위안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오웬스의 신앙과의 미묘한 관계를 엿보게 한다. 그는 스스로를 "교파적 신자"라 칭하진 않지만, 가장 어두운 순간에 영적 묵상에서 구원을 찾은 듯하다.

중반부는 사이키델릭한 색채의 <I Know>와 컨트리 풍의 <This Is My Guitar>, <Distant Drummer>로 채워진다. 여기서 드러나는 오웬스의 섬세한 프레이징은 재즈 스탠다드마저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역량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White Flag>와 <I Know>가 다소 장황하다는 평가를 내리지만, 앨범은 피날레를 향해 다시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다.

<Two Words>는 몽환적인 하이라이트로 떠오르며 오웬스의 과소평가된 기타 실력과 음악적 스펙트럼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7분에 걸친 대미를 장식하는 <Do You Need A Friend>는 아마도 그의 최고 걸작이 아닐까 싶다. 이 대곡은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다가, 기타와 피드백, 드럼, 가스펠 풍의 코러스가 어우러진 클라이맥스를 거쳐 고요한 연주로 마무리된다. "나는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어"라는 반복되는 후렴구는 가슴을 후벼파는 듯하지만, 곡이 품은 회복의 메시지마저 지워내진 못한다.

프로덕션 면에서는 간혹 매끄럽지 못한 순간이 있다. 보컬 프로세싱이 오웬스의 풍화된 목소리와 어색하게 부딪히는 지점이 있고, 전반적으로 느린 템포는 청자의 인내심을 시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작은 결함들은 오히려 인간의 불완전함과 생존에 초점을 맞춘 이 앨범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오웬스가 찾은 듯한 안정감이다. 점차 버거워진 샌프란시스코의 음악씬을 떠나 뉴욕에 정착한 그는 이제 흥미진진한 제2막을 준비하는 듯하다. 'I Wanna Run Barefoot Through Your Hair'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거나 현재의 트렌드를 쫓지는 않는다. 대신 청자를 울리고 웃기는 힘을 지닌, 상처와 희망의 기록으로 남는다. 심연으로부터의 귀환 과정에서, 크리스토퍼 오웬스는 올해 가장 감동적인 앨범 중 하나를 완성해냈다.

**하이라이트**: <No Good>, <I Think About Heaven>, <Two Words>, <Do You Need A Friend>  
**유사 아티스트**: Girls, Elliott Smith, Big Star, Sufjan Stev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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